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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너무한 ‘아무말 대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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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권의 묵묵]해도 너무한 ‘아무말 대잔치’

고병권 |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원·고려대 민연 연구교수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말. 제1야당 원내대표가 대법원장 후보자와 관련해서 국회에서 한 말이다. “후보자는 지난 2012년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역임하면서 성소수자 인권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발제자들이 동성애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요구했다.” 후보자의 적격 여부를 밝히기 위해 근거로 삼은 말인데 여기서 도출한 결론이 이해가 안 된다. 정우택 원내대표에 따르면 ‘그러므로’ 김명수 후보자는 부적격이라는데, 나로서는 성소수자 인권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와 대법원장 부적격이라는 말 사이에 놓인 ‘그러므로’를 납득할 수가 없다. 

[고병권의 묵묵]해도 너무한 ‘아무말 대잔치’

보통의 논쟁에서 추론이 문제 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근거에서 추론으로 나아가는 과정은 누구나 동의하는 규칙을 따르기 때문이다. 누군가 ‘소크라테스는 인간이다. 그러므로 죽는다’라고 말했다면, 결론을 부정하기 위해서는 소크라테스가 인간이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근거가 된 사실에 동의함에도 거기서 확신을 갖고 추론한 결론을 이해할 수 없다면 어찌해야 할까. 누군가 ‘오바마는 흑인이다. 그러므로 이 버스에 탈 수 없다’라고 한다면, 우리로서는 어안이 벙벙해질 따름이다. ‘그러므로’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가 다른 시대,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유감스럽게도 민주당은 후보자가 동성애자를 옹호하지 않았다고 방어했다. ‘그러므로’가 아니라 근거가 된 ‘사실’을 부인하는 쪽으로 나아간 것이다(‘그러므로’ 민주당도 우리 시대의 정당인지 확실치 않다). 

범죄성이 짙은 말도 있다. 이채익 의원이 인사청문회에서 했다는 말이다. “성소수자를 인정하게 되면 동성애뿐 아니라 근친상간 문제나 소아성애, 시체상간, 수간까지 비화가 될 것이다. 인간의 파괴, 파탄이 불 보듯 뻔하다.” 그런데 5년 전 스웨덴에서는 몇몇 사람들이 동성애를 비난하는 전단지를 돌리다 체포되어 유죄선고를 받았다. 전단지에는 동성애가 비정상적 성애이고, 사회에 파괴적 영향을 미치며, 에이즈에 책임이 있다는 식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스웨덴 법정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일군의 사람들에 대한 적대를 조장했다며 징역형(집행유예)과 벌금형을 선고했다. 아무런 합리적 근거도 제시할 수 없던 이들은 ‘표현의 자유’를 호소하며 유럽재판소에 청원했다. 그러나 유럽재판소는 이들의 표현이 “필요 이상으로 공격적이고” “편견에 사로잡혔다”며 스웨덴 법정의 판결에 동의했다. 

실제로 네덜란드, 벨기에, 스페인,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스웨덴, 노르웨이, 포르투갈, 프랑스, 영국, 브라질, 미국, 멕시코 등 많은 나라들이 동성결혼을 합법화했다. 이들 나라에서는 자기 머릿속 더러운 상상을 현실인 것처럼 외치는 사람들을 교정이 필요한 범죄자로 간주한다. 

편견을 주입하는 말도 횡행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동성애 교육이 특정 교사들에 의해 학교현장에서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며 서울의 한 초등학교 영어교사가 “‘퀴어’(queer) 축제 영상을 보여주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대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섹슈얼리티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교사가 되도록 노력하고 커밍아웃을 할 수 있는 학급이 되도록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내용의 성교육을 했다”며 비난했다. 

그런데 초등학생들에게 퀴어 축제 영상을 보여주고 섹슈얼리티의 다양성을 존중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왜 문제인지 알 수가 없다. 퀴어 축제는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축제이고, 한국 축제에는 여러 나라 대사관들도 참여하며 올해부터는 국가인권위원회도 참여한다. 교육자라면 아이들에게 ‘퀴어’라는 말의 역사가 보여주는 인류의 부끄러운 편견과 그 편견을 깨기 위한 성소수자들의 분투를 알려주어야 하는 게 아닐까. 전희경 대변인은 이것이 “특정한 성적 지향을 학생들에게 주입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내 생각에는 그 반대다. 오히려 특정한 성적 지향만을 ‘정상’인 것처럼 믿어온 무지와 편견을 반성하고, 우리의 좁은 두개골 안에 아이들의 미래가 갇히지 않도록 열어주는 것이 교육자의 책무일 것이다. 

신성모독처럼 들리는 말도 있다. 국내 최대 기독교 교단의 총회 결정이다. 이 총회에서는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 노력해온 목사에 대해 ‘동성애 지지’와 ‘차별금지법 제정에 앞장섰다’며 성경에 위배되는 이단성을 지녔다고 결의했다. 성소수자 인권을 돌보는 것이 신에 대한 불경인지 신적인 사랑의 실천인지 나로서는 고개가 갸웃할 뿐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때도 그랬다. 공학자였던 그는 신앙인의 관점에서 지구의 나이는 6000년이라고 했다. 자신의 자아를 신앙인과 공학자로 따로 관리하는 모습도 딱했지만, ‘지구 나이 6000년’이 어떻게 신에 대한 경건이 될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글자만을 숭배하니 그것을 기록한 시대의 사고 속에 신을 가두어두는 꼴이 아닌가. 

종이와 잉크를 숭배하는 이들로부터 신의 말씀을 지키고자 했던 스피노자는 이렇게 말했다. ‘선을 추구하는 신’보다 ‘무심한 신’이 진리에 가깝다고. ‘선’에 대한 제멋대로의 규정을 ‘신’에게 덮어씌우느니, 그런 것에 무심한 신이 차라리 신에 가깝다는 것이다. 에피쿠로스도 그렇게 말했다. 진정 불경한 사람들은 자신의 견해를 신에게 덮어씌우는 사람들이라고. 신을 자신들의 수준으로 떨어뜨려 놓은 사람들 말이다. 요즘 성소수자에 대한 이런저런 말을 듣고 있다 보면 6000년 전 빚어져서 에덴동산 밖으로 한 번도 나가본 적 없는 사람들을 만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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