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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월드 S01E01 'The Original' 자막제작 후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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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HBO 신작 '웨스트월드' 덕분에 요즘 미드 커뮤니티나 블로그가 핫 합니다. 

떡밥 전문인 제작자와 감독 및 각본가가 모여 만든 쇼인 만큼 국내외에서 첫 화에 대한 다양한 리뷰들이 오가고 있구요.

 

1화 자막 올리면서 드라마에 대해 따로 글을 쪄보도록 하겠다고 말씀드렸는데 그 이야기를 지금부터 해볼까 합니다.

이미 보신 분들은 제가 라스트모히또라는 이름으로 자막 만들었다는 거 아시지 않을까 해서 그냥 원래 제 닉으로 돌아와 글을 쓸게요. 

만들면서 아, 이런 부분이 있었구나라는 기분으로 가볍게 읽어주세요 : )

 

혹시나 스포가 될 수도 있는 내용이 있으니 참고하시고 보시기 바랍니다

 

 

 

 

 

 

1. 호스트 VS 게스트

 

보신 분들은 잘 아시다시피, 호스트는 포드 박사가 만든 안드로이드 테마 파크 '웨스트월드'에 상주하는 기계를 지칭합니다.

한국어로 딱히 옮길만한 표현도 애매하고, 호스트라는 단어 자체가 하나의 고유명사처럼 쓰여서 그대로 차용했는데요, 이건 다른 제작자분들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해요.


그렇다면 게스트는?


해석하면서 두 가지로 구분을 두었습니다.

웨스트월드의 안드로이드들은 스스로를 인간이라고 인식합니다. 그들에게 게스트(인간)는 자기 마을에 새롭게 온 사람들이죠.

그래서 호스트들이 게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새로 온 사람들'이라고 부르거나 필요할 경우 '(마을)손님' 이라고 썼습니다.


반면 웨스트월드 관리자들(안드로이드 제작 팀 / 보안 및 대응 팀 / 시나리오 팀 등에 속한 직원들) 입장에서 게스트는 말 그대로 '게스트' 또는 '고객'이라고 썼습니다.

그들에게는 돈 내고 테마파크에 온 입장객이니까요.



2. 백일몽(몽상)

 

포드 박사는 호스트를 좀 더 실제 인간에 가깝도록 만들기 위해 남몰래 세심한 제스처를 주입합니다. 이것을 reveries라고 부르면서요.

사족을 조금 붙이자면, '프로메테우스'에서 마이클 파스벤더는 비록 기계이지만 인간에게 위화감이나 거부감을 주지 않기 위해 겉모습만 인간일 뿐 아니라,

인간의 상식에 맞춰 필요가 없어도 식사를 하는 행위, 산소헬멧을 쓰는 행위를 합니다.

그처럼 포드 박사는 인간에겐 너무도 당연하기에 평소 의식하지 않는 자잘한 디테일들을 호스트에게 부여함으로써 무의식적으로 그들에게 더 인간다움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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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이렇게 까지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컬렌 처럼 경영자의 마인드로 단순한 테마 파크를 넘어선, 소위 빅픽쳐가 있기 때문일까요, 그도 아니면 스스로가 창조해 내서 이만큼 발전 시켜온 안드로이드에게 자신도 모르게 사로잡혀 버린 걸까요?


포드의 첫 등장은 폐기 처분된 호스트들을 보관하는 지하 83층 냉동창고에서, 웨스트월드에서 가장 오래전에 - 정확히는 두번  째로 - 만들어진 '올드 빌'이라는 호스트와 대화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올드 빌이 반복하는 대사들에 스스로가 맞장구를 치고 대답을 하죠. 그게 그에게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요?


이후 호스트 업데이트의 오류에 관해 버나드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 겉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스스로를 창조주 내지는 신과 동일시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여기서 하나, 올드 빌에게 입력된 대사 중에 ​cherry​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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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n't got a cherry, that ain't no sin. She's still got the box that the cherry come in.

(처녀는 아니라지만 문제될 거 있나 / '물건' 들어갈 곳은 그대로인데)

 

cherry 는 여성의 처녀성이나 성기를 의미하는 단어로도 쓰이죠. 체리라는 단어를 넣은 섹슈얼한 공포영화도 있었던 것 같은 기억이...하핫

어쨌든 한글로 옮겨 놓은 대사는 위와 같습니다. '처녀가 아니라고(ain't got the cherry) 문제될 거 있나(that ain't no sin)' 여기까지는 그렇다치고 그 뒤에

나온 문장은 'the box that cherry come in' 인데, 말하자면 여전히 '남성의 XX가 들어갈 여성의 XX는 멀쩡히 갖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물건'이 들어갈 곳 이라는 말이 어떤 느낌인지 보시면서 어떠셨나 모르겠네요 ㅎㅎ;;


3. 호스트의 특징

 

1화에 공개된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호스트의 특성은 바로 인간을 죽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각각 웨스트월드를 찾는 고객에게 다양한 경험을 선사하면서도 호스트들 간 서로 시나리오가 섞일 때는 그에 맞게 적절히 대응하도록 유기적인 연결이 되어 있다 라는 것이구요.

 

그리고 하나더, 당연한 이야기지만

호스트는 시나리오를 매일 되풀이하며 내장된 대사를 반복합니다.

단, 상황에 따라 돌발적인 경우가 생기더라도, 그때 나오는 대사들 또한 기존에 저장되어 있는 표현들 중에서 상황에 알맞은 것으로 그때그때 재활용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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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레스가 테디와 들판에서 소떼무리를 보며 하는 '길(path)'에 대한 대사 ​VS 헥터 일당으로 인해 테디가 총을 맞은 후 죽어가는 테디를 보며 하는 대사가 그러합니다.

상황은 전혀 다르지만, 돌로레스는 같은 대사를 하고 그에 맞는 '감정'을 연기하고요.

또 돌로레스의 아버지가 박사에게 퍼붓는 저주 또한 그가 각성을 했느냐 아니냐와 상관없이 결국 그의 입을 통해 터져 나온 말은 모두 이전 다른 시나리오에서 맡았던

역할로 인해 내장된 '셰익스피어/존 던/거트루드 스타인'의 대사를 짜집기한 것이어었습니다.

 

+

여기서 또 하나, 테디가 처음 술집에 들어 갔을 때 그를 맞이하던 매춘부 호스트가 하는 대사는 이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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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much of a rind on you.

(피부가 정말 얇아요)

 

rind라는 것은 껍질을 의미하는 단어인데요, 얼굴에 껍질이 별로 없다라는 말은 곧 서부개척시대에 험한 일을 하며 굳은 살이 박힌 인상이 아닌, 피부가 매우 곱고 얇다는 것입니다.

처음에 피부가 곱다라고 했다가 '피부가 정말 얇아요'라고 고쳤는데요, 

이건 사실, 일부러 보는 분들에게 위화감을 주려고 약간 비슷한 말로 비튼 것입니다. ^^;

이 대화를 나눌 당시는 테디가 게스트인지 호스트인지 알 수 없기도 하고, 중의적인 느낌을 주려고요.

근데 효과는 어땠을지 모르겠네요.

 

 

 

4. 그 외

 

​A.  

36분 경 마담 매브(텐디 뉴튼)의 술집 영업을 마치고 도박 딜러인 '키시'와 바텐더 '클레멘타인' 사이의 대화에서 아주 흥미로운 대사가 나옵니다.

퇴근하려는 키시를 불러 세우며 클레멘타인은 몸수색을 하고 이렇게 말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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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l, on account of you being half cornhusker. Tell me which half is which and I'll search that half.

(자네 도둑놈들 소굴 출신 혼혈이잖아, 몸 어느 반쪽이 도둑놈인지 알려주면 내가 그쪽만 뒤져보지) 

 

​cornhusker ​라는 단어는 '옥수수 껍질을 벗기는 기계나 사람'을 뜻한다고도 하지만 '네브라스카 주(州) 출신의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합니다. 

'on account of you being half cornhusker' 즉, '네가 절반짜리 네브라스카 사람이니까' 라는 뜻이되는데요,

네브라스카는 서부개척시대 도둑과 인디언 혼혈이 많기로 유명한 지역이었습니다.

따라서 너란 녀석은 도둑놈들이 많은 곳의 혼혈출신이니 'Tell me which half is which(몸의 어느쪽 절반이 도둑놈 핏줄이 흐르는지 알려주면)'

내가 그 부분만 수색해 보겠다라고 골려먹는 것이죠.


그래서 한껏 모욕을 당한 후, 키시는 술집을 나서며 이렇게 혼잣말을 합니다.


Yeah, the half that's gonna cut your fucking throat.

(내 반쪽짜리 혈통으로 네놈 목을 따주마)

 

즉, 네가(클레멘타인) 말하는 나의 그 반쪽 짜리 핏줄이면 너의 목을 따버렸을 거다 라고 속삭이며 분통을 터뜨리는 장면이었습니다.


웨스트월드의 시나리오 총책을 맡고 있는 사이즈모어가 세계관에 남다른 공을 들였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인 것 같아요 : )

 

 

B. 

이건 처음 번역할 때의 제 착각이었는데요, 업데이트 된 모든 호스트의 회수를 위하여 새로 짜여진 시나리오 속에서 헥터 일당은 원래 스토리보다 일주일 빠르게 마을에 도착해서

술집을 털게 됩니다.

52분 경, 헥터의 똘마니 하나가 뱉는 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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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telling there's anything worthwhile in that safe. We should take this sweet little bitch just in case.

(금고에 값나가는 게 들어 있나 알 수 없으니 요 맛깔나는 계집도 데려 가야겠는데)

 

원래는 저 ​No telling ~ ​부분을 '금고에 값나가는 게 없다는 얘긴 꿈에도 마'라고 잘못 옮겼습니다. 그게 아니라 'no telling : ~인지 알수 없다'니까요.

 

 

C. 

42분 경 호스트 업데이트의 전체적인 오류에 관해 포드 박사와 버나드 박사가 나눈 대화에서 버나드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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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flattered myself we were taking a more disciplined approach here. I suppose self-delusion is a gift of natural selection as well.

(전 우리가 엄정한 접근법을 써왔다고 자만했습니다 / 자기기만도 자연도태의 선물인 것 같네요)

 

포드는 앞서 지구상 모든 지각을 지닌 존재가 '오류'를 통해 지금의 형태로 만들어졌다고 말하는데요,

포드에게 상당한 경외감을 갖고 있는 버나드가 내어 놓은 대답이 위의 대사입니다.

호스트 제작과 관리에 엄격한 방식으로 엄정하게 일해왔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믿음 조차 결국 자기기만이었다라고 웃으며 고백하죠.

이에 포드 박사는 그렇기에 인간은 진화의 속박을 벗고 병을 치유하며, 자연의 법칙에 의해 진작 죽었어야 할 인간도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라고 말하고요.

그러니, (호스트 업데이트 오류 정도의) 실수는 봐줘도 되지 않냐라며 자신이 호스트에게 주입한 백일몽으로 인해 결함이 일어난 것에 대해 의외로 가볍게 취급합니다.

위에서 백일몽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제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드렸는데요,

포드 박사는 스스로를 신과 동일시하고 있는지도 모르며 스스로 자신의 피조물에 도취되어 사로잡혀 있는지도 모른다고요.

지금의 인간이 '오류'를 통해 진화해 왔듯이, 자신이 만든 호스트들도 '오류'를 통해 진화하도록 관장해주는 역할을 맡았노라 하고 말입니다.

 

 

D. '라자로'의 부활 

방금 위에서 진화의 속박을 벗어났다는 이야기를 하며 포드는 언젠가 인간이 죽음에서 부활할 지도 모른다라며 '라자로의 부활'을 언급합니다.

예수가 이미 죽은 라자로를 부르자 매장된 라자로가 살아 돌아왔다는 유명한 이야기.

 

 

 

 

상 1화 자막을 하면서 따로 해드리고 싶었던 이야기는 대충 다 한 것 같아요.

즐겁게 볼 수 있는 액션물 정도로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고민하게 만드는 부분들이 많아서 쉽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모자란 제 능력 탓이죠. ㅎㅎ;;;

그래도 곁에서 응원과 도움을 주셔서 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음 2화 자막은 ​바람과 함께 살이 찌다​ 님께서 수고해주실 거예요, 여러분이 잘 아시는 분인데~ 전 누구신지 아는데~ ㅎㅎ

많이 기대해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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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Comments
1 수혁이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2 풍랑이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처음에 이해가 안되던 부분들이 몇 있엇는데 이거를 먼저 보고 드라마를 보면 이해가 더 빠를거 같네요!
1 이노번역  
드라마를 이해하고 보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5 엔조  
감사합니다 잘 보겠습니다
1 미드나이트요우  
자막 퀄리티 자체가 다르더군요..정말 감사합니다 엉ㅇ엉
1 JXXC  
와...저도 '피부가 정말 얇아요' 이 대사에서 위화감을 느껴서 계속 기억에 남았는데 그게 다 제작자분이 의도하신거군요!!
대단합니다!
2 drizzt  
저게 만들어지는 과정이 폴아웃4에서 인스티튜트라는 진영에서 AI 생산하는게 정말 비슷해서
놀랐네요
2 Kairos  
한마디로 기가 막히십니다.또한 존경스럽습니다......이정도의 열정과 노력으로 자막제작하신다니~
그전에 자막제작이 재능기부정도만 생각했던 저의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1 row1  
감사합니다 잘볼꼐요
1 폭풍밍밍  
감사합니다
1 creativehani  
잘봤습니다 . 친절한 설명 덕에 더 잼있게 볼 수 있겠어요 !
6 성인  
오호~ 설명 잘 읽고 가요.. 도움 받고 갑니다. ㅎㅎㅎ
1 더수틴  
상세한 제작 설명 감사합니다.
1 Nina  
오! 이렇게 설명까지 해주시니 더 재미있게 볼 수 있겠어요 +_+ 감사합니다!
3 헬보  
감사합니다 ㅎㅎ
1 아스타리우스  
정말 대단하십니다... 저도 영어 잘하고 싶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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