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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영상번역커뮤니티, 번역포럼입니다.

잡담

자막을 만들 때 영어에는 존댓말이 없다...?

bravesfan 2019.01.18 조회 수 371 추천 수 6

오늘은 오랫동안 자막을 만들면서 느껴온 점, 그리고 자막과 관련된 커뮤니티에서 종종 언급되는 문제에 대해 한번 제 생각을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그 문제는 바로 제목에도 언급해놓은 "영어에는 존댓말이 없다"입니다.

 

제가 무슨 언어학자도 아니고 전문가도 아니니, 그냥 아마추어적인 경험에 의거한 의견으로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한국어는 한글이라는 글자를 바탕으로 표현된 언어입니다. 한글 자체는 매우 익히기 쉽고 과학적이라는 얘기 많이 들어보셨겠지만, 한국어는 꽤나 배우기 힘든 언어입니다. 특히나 외국인들이 처음 한글을 배우면서 많이 실수하는 부분이 대표적으로 "조사"와 "높임말"의 부분입니다. 외국인 친구들이 처음 한글을 배울 때 "친구가 찾아왔어"라고 제대로 하다가도 "선생님가 찾아왔어"처럼 조사와 높임말을 쉽게 틀리는 모습을 보신 경험이 있으실겁니다. 조사 "이"와 "가"를 언제 사용해야하는지 참 헷갈리고, "선생님"처럼 일반적으로 높임말을 사용해야 하는 대상에게 평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죠. 

 

영어는 알파벳이라는 글자를 바탕으로 표현된 언어이며, 우리 한글과 같은 높임말의 개념은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떤 분들은 부모사이에서도 이름을 부르고 "Hi"라고 인사를 하는데 자막에 무슨 존칭과 높임말 번역을 하느냐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냥 자막을 내용 파악용으로만 만든다면 그것도 일리가 있고 수긍이 가는 지적입니다. 하지만 자막을 만들면서 드라마의 캐릭터를 잡거나 인물관계를 설정하면서 자막을 완성하고 싶다면 존칭과 높임말 번역이 매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벌써 한국을 떠나서 산지 정~~말 오래되었고, 외국에서 학교와 직장생활을 통해 영어를 배우고 문화를 익히면서 느낀점은, 영어에도 분명히 존칭과 높임말과 가까운 표현과 어법이 있다는겁니다. 친구 사이나, 직장에서 항상 얼굴 맞대는 동료들 사이에서의 영어는 나이가 좀 차이나고 성별이 다르다 하더라도 소위 캐쥬얼한 식의 단어 사용과 어법이 사용됩니다. 하지만 정식 회의나 항상 얼굴을 대면하지 않는 조직적 위계관계가 있는 경우, 혹은 군인이나 공무원과의 대화에서는 어법이 매우 정중하고, 같은 단어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말투나 발음, 음성의 높낮이 등이 소위 캐쥬얼한 대화와는 매우 다릅니다. 이게 말로 설명하거나 정확하게 정의하기가 매우 힘든 부분이긴 합니다. 직접 경험하고 피부로 느껴보지 않는다면 이해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미국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이 사람이 나에게 한국식으로 따지면 존댓말에 가까운 말투인지, 아니면 친구사이의 "졸라", "빙신"등의 말이 섞인 캐쥬얼한 말투인지가 느껴집니다. 또한 엄청나게 권위적이라 아랫사람에게 하대하는 듯한 말투인지, 아니면 그 누구에게라도 높임말에 가까운 어투를 사용하는지가 느껴집니다. 

 

제가 자막을 만드는 블랙리스트 드라마의 등장인물들이 예시로 들기에 매우 도움이 될만한 캐릭터들입니다. 우선 레이먼드 레딩턴은 엘리자베스나 다른 FBI 팀원들과 대화할 때 사용하는 단어들은 매우매우 정중하고 우리식으로 따지자면 거의 모든 이들에게 존댓말에 가까운 어법을 구사합니다. 하지만 레딩턴이 다른 범죄자 혹은 자신의 범죄그룹의 사람들과 대화할 때 사용하는 단어나 말투, 음성의 높낮이, 대화 화법등은 우리식으로 따지면 반말로 편하게 얘기하는 스타일입니다. 엘리자베스의 경우 거의 대부분의 인물들에게 사용하는 말투와 단어, 대화 화법등을 보면 일관되게 존댓말에 가까운 예의와 선을 지키는 화법입니다. 물론 자신의 남편인 톰 킨에게 사용하던 말투는 완전 다른 편안한 말투였습니다. 반면에 같은 팀의 도날드 레슬러 요원의 경우 다른 팀원들에게 사용하는 말투가 철저하게 내가 제일 선임이다 라는 식의 마초적 냄새가 풀풀납니다. 제가 직장에서 도날드 같은 식의 말투를 듣는다면, '아, 이 사람은 자기가 나보다 직급이 위다 라는걸 명확히 하는구나' 라고 느꼈을겁니다. 

 

이런식으로 캐릭터 간의 뉘앙스 파악을 하다보면, 제가 실생활에서 느끼는 말투의 차이가 드라마 상에서도 느껴지고, 그걸 반영해서 자막을 만들면 우리식의 존칭과 존댓말, 하대 등의 설정이 자연스레 잡힙니다. 

 

영어에 한국식의 과잉 존칭...예를 들어 "고객님 계산 도와드리겠습니다" 등의 표현이나 대화 방식은 없지만, "야, 철수야, 이것 좀 해" 와 "저기, 철수씨, 이것 좀 해주세요"의 차이가 드러나는 표현이나 말투, 어법, 태도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드라마나 영화를 번역할 때 한국식의 존댓말 개념을 뉘앙스를 바탕으로 고려해야 한다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단편적이면서도 개인적 경험에 의거한 제 생각을 공유해봤습니다. 물론 저와 180도 경험이 다르고, 생각도 다른분들이 있으실수 있고, 그분들의 생각도 존중합니다. 영어와 한국어는 완전 다른 문화와 삶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서로 다른 언어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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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vesfan 155 / 0 , 40 / 198

15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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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라너
2019.01.18 1 823
작성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영어실력은 미비하지만 bravesfan 님이 말하신 내용에 절대 공감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우리 정서에도 더 맞을 뿐 만 아니라 스토리 전개상 배우들 간의
대화나 감정 그리고 행동들을 어색함 없이 느끼고 파악할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진행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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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루시오나
2019.01.18 35 348
우리말처럼 체계화되고 엄격하진 않지만 영어에도 분명 존대를 나타내는 표현들이 있죠. 2인칭 대명사 you가 원래는 자신보다 지위가 높은 사람이나 혹은 상대에게 존중의 의미를 담을 때 쓰던 표현이었다고 해요. 그에 반해 thou가 조금 더 편한 관계를 부를 때 사용했던 표현이고요.
 
그리고 각종 조동사를 활용한 표현이라든지 화법등으로 존중 내지는 존대를 암시하는 표현들도 많고요.
 
나이나 지위에 상관없이 다 you라고 한다고 반말은 아닌 거죠.
 
말씀대로 그런 표현들이나 뉘앙스를 얼마나 잘 파악을 하느냐가 중요한 거 같아요. 그래서 번역이 하면 할수록 알면 알수록 더 어렵게 느껴지는 거 같아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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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
2019.01.18 7 101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미국인들은 자기보다 윗인 사람에게도 이름을 막 부르거나 친구 대하듯이 대화를 하는 것을 보임! 실제 미국인들은 존대말,반말이 없다고 하는데.. 다만 윗사람의 존중과 대하는 방식이 있다고 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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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앙패
2019.01.18 1 1657
좋은글 잘일고 갑니다. 감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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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ic
2019.01.19 43 246
완전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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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ydy
2019.01.19 16 96
저도 동의하는 내용이고 너무 자세한 설명까지 곁들여 주시니 감사하네요..
영어라고 무조건 반말이다라고 생각하는것보다는 당연히 직장생활에서 직계가 있고, 위, 아래가 있는데 무조건 반말보다는 한국인의 정서에 맞게 자막을 만드는게 나을것 같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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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
2019.01.19 47 1297
맞아요. 단순히 영어에는 존댓말이 없다고 생각해서는 극을 이해하는 데 어려운 게 분명하죠.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니 확실히 더 잘 알게 됐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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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나빠
2019.01.20 0 45
저는 영어를 잘 못하지만 극중 말투와 표정으로 좀 느낄수가 있더라구요. 번포 자막러분들은 너무 잘 만드셔서 항상 감사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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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noomi
29 일 전 1 72
작성글 잘 읽었습니다...
공감 팍팍 절대공감 합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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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력업선인장
29 일 전 0 9331
@masnoomi
덕력업!! masnoomi님 축하합니다, 5덕력이 추가로 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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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드정
27 일 전 0 37
그렇군요~~~그동안 저는 존댓말이 없는 줄 알았어요(워낙 영알못이라). 공감 제대로 됬습니다. 항상 좋은 작품 수고해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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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고미
23 일 전 0 7

동의하는 바입니다! 그 정서라는 것을 무시할 수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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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eabass
20 일 전 1 16

존대말을 적용안하면 영화가 완전 산으로 가더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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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레나
15 일 전 0 8

너무 존대말을 남용해서 산으로 가는 경우도 있던데요

그래도 참 대단하시다는 전 외국어는 그야말로 검은 건 글씨요

흰 것은 바탕으로 인식할 정도라... 부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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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가
14 일 전 1 15

그래서 외국어를 번역한다는 건 그 나라의 정서와 문화를 재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 느낌 없는 단순한 해석(?)이 되고 마는 것 같아요...저도 일 때문에 외국 생활을 2년 정도 했었고, 한 때 외화 자막번역을 해봤지만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작업임을 통감했지요...

단순한 존댓말 반말의 문제를 떠나서 화자의 의도가 전혀 다르게 전달될 수 있기도 한 문제이기 때문에 자막번역은 정말 힘든 작업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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